혼자 eSIM 가게를 열었습니다
2026년 10월 8일

연재 〈환불 200번 이야기〉 1편
8월에 환불 버튼을 200번쯤 눌렀어요.
환불해 달라는 사람은 없었어요. 제가 먼저 돌려준 거예요. 한 달 남짓 동안 주문이 250건쯤 들어왔는데, 그중 200건 넘는 주문이 훔친 카드로 결제된 거였거든요. 누군가 어디선가 훔친 카드로 제 가게에서 계속 산 거예요. 그걸 저는 한참 동안 장사가 잘되는 거라고 믿고 있었고요.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쓰려면 가게를 연 얘기부터 해야 해요.
저는 혼자서 eSIM을 팔아요. hungry-esim.com이라는 사이트고, 올해 봄에 열었어요. 해외 나갈 때 유심 갈아 끼우는 대신 QR코드 하나 찍으면 데이터가 되는 그거요.
eSIM을 고른 이유는 별거 없어요. 보낼 물건이 없잖아요. 창고도 필요 없고 택배 부칠 일도 없으니까 혼자서도 해볼 만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해볼 만한 건 남들한테도 해볼 만한 거라서, 막상 들어와 보니 eSIM 파는 사이트가 정말 많더라고요. 파는 건 다 비슷하니까 결국 누가 더 싸냐로 가요. 저도 별수 없이 싸게 파는 쪽으로 정했어요.
도매망에서 eSIM을 받아다가 제가 만든 사이트에 올려서 파는 방식이에요. 직원은 없어요. 사이트도 제가 만들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Claude Code라는 AI랑 둘이 만들었어요. 그렇게 나라별로 플랜을 500개 가까이 올렸고, 가격은 이름 있는 업체들의 절반쯤으로 맞췄어요. 첫 주문 할인 쿠폰도 하나 만들어 뒀고요. 이 쿠폰 얘기는 나중에 다시 나와요.
그러고 기다렸는데 주문이 안 들어왔어요. 정말 가끔 한 건씩. 싸면 사겠지 했는데, 처음 보는 사이트에 카드 번호를 넣는 건 싸고 비싸고랑은 다른 얘기더라고요.
그러다 7월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확 몰린 건 아니고요, 오늘 몇 건 들어오고 내일 또 몇 건 들어오는 식으로 매일 꾸준히요. 그게 며칠이 되고 몇 주가 되니까 이제 좀 되는 건가 싶었어요. 자리를 잡아가는 건가 하고요.
그때는 그 주문이 거의 다 한 사람한테서 온 거라는 걸 몰랐어요. 그 얘기는 다음 편에 쓸게요.